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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쯤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가심비(플라시보 소비)라는 말이 새로 나왔다. 가심비는 발암생리대,살충제 계란과 같은 이슈가 나오면서 가격 대비 심리적인 불안감 해소와 안정감을 주는 제품을 뜻하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으로 바뀐것 같다.
사실 이 '가심비'라는 말은 딱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 대비 성능인 가성비보다 가격 대비 만족감인 가심비가 중요시되었을 뿐이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로서,다른 물건보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성능은 뒤지지 않는 물건이다. 나는 이 말을 인터넷에서 노트북을 고르면서 처음 들었고, 검색창에 '성능좋은 노트북'이라고 치는것 보다 '가성비 좋은 노트북'이라고 쳤을때 더 저렴하고 괜찮은 노트북을 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물건을 살때 항상 '가성비 좋은 oo'이라고 검색한다. 왜냐하면 '가성비가 좋다.' 라는 말은 비교대상이 있고 같은 성능의 물건이라도 좀 더 싼 가격에 살수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말이다.
그에 비해 가심비는 가격은 비싸도 내 마음의 만족감을 중시하여 물건을 사는것이라고 한다. 가격과 성능보다는 사람의 만족감이 기준인 것이다. 하지만 만족감이라는 것은 수치화된 성능과는 다르게 사람마다 미각, 시각, 느낌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가심비라는 말이 아닌 사치, 유기농, 예쁜 쓰레기 등등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심비라는 말의 의미가 왜 바뀌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이것이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사치, 유기농, 예쁜 쓰레기는 어감상 그냥 비싸고 좋은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에 비해 가심비나 플라시보 소비는 비싸더라도 나의 만족감을 위해 좋은 것을 사는것이라는 느낌이다. 비싸고 좋다는 건 변하지 않았지만 거기에 '나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 들어가니 왠지 사치에 대한 죄책감이 덜 들게 된다. 플라시보 효과는 뇌를 속여서 병을 낫게 만드는데, 플라시보 소비는 뇌를 속여서 병을 악화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꼭 가심비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아니다. 가성비가 좋은것이라는 느낌이 들면 오히려 안사면 손해라는 느낌에 그 물건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질러버리고는 물건이 도착하면 후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무의식 중에 비합리적인 소비를 할 때가 많고, 기업들은 자신이 가진 물건을 팔기위해 그런 무의식을 이용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인터넷이나 책, 조언을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방법을 찾아나간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제일 좋은 방법은 여러번의 금전적인 소비를 통해 알아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러가지 소비경험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고 자신에게 주어진 금액에 맞는 만족스러운 소비를 하는 것이 진정한 '가심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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